2018시즌 승승장구한 넥센 히어로즈가 증명하고 있는 'KBO리그의 거품'

Posted by Rintaro
2018.11.05 10:30 KBO History/Nexen Heroes

넥센 히어로즈가 2패 뒤 2연승으로 2018 플레이오프 시리즈 균형을 맞췄지만 지난 11월 2일 연장 접전 끝에 김강민에게 동점 홈런과 한동민에게 연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10-11로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시즌 13승을 거둔 선발투수 최원태, KBO리그 타격 3위 1번 타자 이정후, 팀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타자 이택근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뤄낸 성적으로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를 2연패 후 5차전까지 끌고간 저력과 경기력은 많은 야구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2018시즌 호성적을 거둔 히어로즈는 KBO리그의 ‘거품’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김상수 (출처.엑스포츠뉴스)

 

한화 이글스는 2016년 마무리 투수 정우람4년 84억 원에 계약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같은 해 손승락4년 60억 원, 윤길현4년 38억 원에 계약했다. 견실한 마무리 투수를 얻기 위해 수십억 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김상수는 2010년 장원삼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고 당시 오히려 트레이드 때 35억 원을 받았다는게 나중에 드러났다. 트레이드 당시 5년차 유망주였던 김상수는 이번 가을, 4세이브를 거뒀다.

 

KBO리그에서 수준급 좌완 선발투수는 부르는게 값이다. 장원준, 차우찬이 FA로 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으며 팀을 옮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지난해 마무리 김세현을 KIA 타이거즈에 내주고 좌완 유망주 이승호(19)를 데려왔다. 이승호는 이번 가을야구 2경기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1회 위기만 넘기면 2회부터는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는 피칭이었다.

 

사진|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안방을 인상적으로 지켜준 포수 주효상 (출처.엑스포츠뉴스)

 

그동안 KBO리그는 우승을 위해 ‘좋은 포수’가 필수라고 여겨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강민호4년 80억 원에 영입했고 2018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두산 베어스에도 FA를 앞둔 안방마님 양의지가 버티고 있다. 반대로 올 시즌 롯데와 NC 다이노스의 부진은 ‘주전 포수의 부재’ 때문이라고 하며 ‘좋은 주전 포수’에 팀 성적의 무게를 뒀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 2패 뒤 2연승 하는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21세, 3년차 포수 주효상이었다. 주효상이 마스크를 쓴 동안 히어로즈는 2경기에서 2점씩만 내줬고 도루는 단 1개만 허용했다.

 

KBO리그 10개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몸값 폭등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KBO리그 호갱론’까지 나왔고 KBO는 ‘외국인 선수 100만달러 상한제’까지 내놓았다. 히어로즈가 2018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인센티브 포함 30만 달러,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계약금까지 포함해 10만 달러다. 해커는 선발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샌즈는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0.368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사진|중요한 순간 한 방으로 존재감을 보여준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 (출처.엑스포츠뉴스)

 

KBO리그 10개 구단과 감독들은 “쓸만한 선수가 없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다”고 하며 “선수층이 얇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가 불미스런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에이스가 부상으로 팀을 나갔어도 가을야구에 올랐고 13승 선발투수, 타격 3위 1번 타자 없이도 가을야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히어로즈가 됐다.

 

교내 폭력 사건으로 50경기 출전 정지 팀 내 징계를 내렸던 안우진은 징계 뒤 곧장 1군에 올라왔고 논란 속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1·2군으로 오가며 투구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수정한 끝에 짧은 시간만에 히어로즈의 필승카드로 성장했다. ‘쓸만한 선수 찾기’, ‘어린 선수들의 더딘 육성’, ‘얇은 선수층’을 운운하는 구단들은 꼭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사진|젊고 강한 팀,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고 있는 장정석 감독 (출처.엑스포츠뉴스)

 

KBO리그 모든 팀들이 우승을 위해 ‘감 좋은 승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히어로즈가 장정석 감독과 계약했을 때 누군가는 “코치도 안 해 본, 경력 0(제로)의 감독”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올 시즌 거둔 좋은 성적은 “어린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을야구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절묘한 벤치의 선택들은 히어로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히어로즈의 성공은 거꾸로 KBO리그의 ‘거품’ 때문일 수도 있다. KBO리그 많은 구단들이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뒷돈을 마다하지 않을 때, 다른 길을 찾은 결과다. 젊고 힘 있는 히어로즈는 올해의 결과보다 내년 시즌 보여줄 과정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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