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兎死狗烹)' 임창용 방출, 실리(實利)와 명분(名分) 모두 잃은 KIA 타이거즈

Posted by Rintaro
2018.10.26 12:50 KBO History/KIA Tigers

방출의 칼바람이 현역 최고령 투수에게도 몰아쳤다. 올 시즌 KBO리그 5위에 그친 KIA 타이거즈는 10월 24일 임창용(43)에게 팀의 체질개선과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방출을 통보했다. 데뷔 팀이었던 타이거즈 유니폼을 2016시즌부터 다시 입었던 임창용과 KIA의 동행은 3시즌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일 통산 1,000경기 출장, 포스트시즌 최고령 출장 기록을 세운 임창용은 10월 24일 KIA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지난 9월 18일 한·미·일 통산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임창용은 올 시즌 37경기(선발 12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RA9-WAR(9이닝당 평균 실점을 반영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1.7로 팀 내 5위였다. 외국인 투수 팻딘(RA9-WAR 1.1)이나 5선발로 주로 나선 한승혁(RA9-WAR 1.2) 이상의 기여도를 남겼다.

 

필승조의 한 명으로 시즌을 시작해 23경기 1승 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로 KIA 불펜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6월 7일 kt 위즈전 세이브를 기록 후 갑작스럽게 1군에서 말소되었다. 이후 1군 복귀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 기간 중 퓨처스리그 등판도 없어 임창용의 말소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7월 10일에서야 1군으로 돌아온 임창용은 7월 20일 kt전부터 선발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11년 만에 선발로 등판한 임창용은 이후 12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했다. 시즌 중 보직 변경으로 준비가 덜 된 탓인지 8월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연거푸 대량실점하며 적응기간을 가져야 했지만 9월 이후 7번의 등판에서는 5번이나 6이닝을 책임지며 무너진 선발진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특히 와일드카드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 임창용의 역투는 KIA의 위태로웠던 5위 수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0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1이닝 2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6-4 승리에 기여했고 KIA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KIA와 6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최종 승차가 0경기, 7위 롯데와의 승차가 1경기에 불과했음을 감안한다면 임창용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표.1임창용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4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임창용이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재계약 불가 통보였다. KIA 구단의 이번 판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고비용 저효율의 베테랑들을 정리하는 분위기가 KBO리그 전반의 기조라고는 하지만 1군 핵심전력으로 활용이 가능한 선수를 현재 팀 전력이나 대안에 대한 고려없이 내치듯이 방출하는 조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4년 전 2차 드래프트로 KIA에서 kt로 이적한 ‘1년 차 FA’ 이대형의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사진2014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음에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kt 위즈로 팀을 옮긴 이대형

 

지난 2014년 4년 총액 24억 원에 LG 트윈스에서 KIA로 입단한 이대형은 해당 시즌 타율 0.323 OPS 0.773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3을 기록하며 2007년 이후 7년 만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갱신했고 리그 최상급인 주력을 활용한 넓은 수비 범위에 타격 능력까지 회복하며 주전 중견수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LG 시절 인연을 맺었던 김기태 감독이 KIA 감독으로 부임 직후 kt의 신생팀 특별지명 20인 보호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하며 그를 지명한 kt로 1년 만에 이적해야 했다. KIA는 보상금 10억 원을 받고 주전 중견수를 kt에 내줘야 했다. 표면상 젊은 투수 보호가 목적이었지만 안타, 도루 팀내 1위에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한 중견수를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전력 구상에서 제외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대형이 떠난 KIA의 외야는 2014년 OPS 0.800에서 이듬해 0.668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015시즌 2차 10라운드로 입단한 신인 김호령이 중견수로 수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는 했지만 OPS는 0.558에 그칠 정도로 타격 생산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김기태 감독 체제에서 KIA를 떠나게 된 이대형과 임창용의 공통점은 준수한 성적을 거뒀거나 1군 주전으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이렇다 할 반대급부도 없이 떠나보냈다는 점이다. 임창용이나 이대형 정도의 전력은 KIA가 아니더라도 타 구단에서 탐낼만한 전력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을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다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팀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유망주를 확보할 수도 있었다.

 

사진 방출 통보 후에도 판매되고 있는 임창용의 한··일 통산 1,000경기 출장 기념 상품

 

하지만 KIA 구단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반복하며 팬들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임창용 방출을 공표한 시점에서 ‘한·미·일 1,000경기’ 출장 기념 상품들을 타이거즈샵을 통해 계속 판매하며 ‘선수와 팬을 우롱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위권 전력임에도 벤치의 역량 부족과 감에 의존하는 듯한 경기 운용으로 추락을 자초하며 인적 쇄신에 나선 KIA가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승리를 최우선해야 하는 야구단에서 실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 생사 여탈이 결정된다면 조직은 건강성과 예측 가능성을 잃게 마련이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임창용을 방출하며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KIA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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